가을은 참 짧게 느껴집니다. 여름의 무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그 순간, 우린 비로소 가을을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금세 날씨가 차가워지고 겨울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가을이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버리는 것 같죠. 마치 한순간 우리 곁을 스치듯, 가을은 왔다가 사라져버리는 계절입니다. 그 짧음이 아쉬워 우리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더 진하게 느끼고 싶어합니다.

 

가을이 짧은 만큼, 그 속에 담긴 아름다움은 더욱 소중해 보입니다. 하늘은 맑고 푸르며, 바람은 서늘해지고 나무들은 황금빛으로 물들어갑니다. 이 풍경을 보고 있으면, 왜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움이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가을의 색감을 담으려고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습니다. 붉고 노란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산책길에서 걸음을 늦추며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만끽합니다. 가을은 짧지만 그 기억은 오래 남기에, 그만큼 우리는 가을의 순간순간을 더욱 기억에 남기려 노력하는지도 모릅니다.

짧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특히 좋아하는 무언가가 금방 사라지거나 끝나버릴 때 우리는 아쉬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가을의 짧음은 꼭 아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짧기에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우리에게 그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것 같습니다. 긴 여름과 겨울 사이에 자리한 짧은 가을은 마치 인생 속의 특별한 한 순간처럼 다가옵니다. 길고 지루한 일상 중에 찾아오는 즐거운 휴식 같은, 그 순간을 즐기고 사랑하게 만드는 계절이 바로 가을입니다.

 

우리는 흔히 인생을 긴 여정이라고 말합니다. 그 여정 속에는 다양한 계절이 오고 가듯, 기쁨과 슬픔, 고난과 행복이 이어집니다. 이 모든 감정들이 우리 인생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짧은 계절 또한 우리 삶에 중요한 의미를 더해줍니다. 길고 지루한 순간들 사이에 잠깐 스쳐 가는 짧은 행복의 순간들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더욱 빛나고 의미가 깊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어떤 이들은 인생의 짧은 순간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모릅니다. 혹은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순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짧은 순간이 주는 강렬함과 의미를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히려 길게 이어지는 일상보다도 짧게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칠 때도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짧은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바뀌기도 합니다.

가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우리 삶 속의 짧은 순간들도 금세 지나갑니다.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이 끝나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의 잠깐의 대화, 그리고 우리가 즐기는 여가의 시간들. 이 모든 순간들은 금방 지나가버리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우리의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계절이 가듯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순간들을 더 소중히 여기고,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짧은 가을을 보내면서, 우리는 짧지만 특별한 것들이 주는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길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짧게 스치는 계절처럼, 우리의 삶에도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짧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쌓여 우리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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